소개받은 광수 형의 친구들 가운데 꽤나 나이가 들어 보이는 사람들이 광수 형을 '형'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았다. 처음에는 조금 나이 들어 보이는 얼굴이구나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그렇게 부르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광수 형의 나이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게이커뮤니티에 '데뷔'하던 2004, 5년만 하더라도 게이들끼리 오랜 시간 신뢰가 쌓이기 전에는 서로의 이름이나 나이 같은 인적 사항을 물어보는 것이 실례였다. 누군가가 아웃팅할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다들 상대방의 나이나 인적 사항을 대충 알았고, 나 역시 광수 형의 나이를 외모에서 예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생각했다.
게이인 나에게 오래 사귄 여자 친구는 정말 '상상 속에나 존재하는 동물'이지만 동성애자인 새내기 남학생에게 정말 꼭 필요한 존재였다. 왜냐하면 넌지시 동성애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대다수의 반응은 동성애자는 문란하고 더럽다는 식으로 말하거나, 우리나라에는 동성애자가 없다라는 식으로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등 나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남자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것이 아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비로소 내가 남들과 확실히 다르다는 것, 그리고 내가 지금처럼 동성애자로 살게 되면 앞으로 내 삶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걸 실감하게 되었다.
며칠을 망설이다가 고백했다. 나는 니가 좋다고. 그 아이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내 신발 끝만을 보면서 대답을 기다렸다. 콩닥콩닥. 몇 시간이 흐른 것마냥 긴 기다림 끝에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나도 니가 좋아. 그런데 덧붙이는 한마디. 나 일주일 있으면 호주로 이민 가. 어쩌지? 이제 막 첫사랑을 시작한 소년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일주일이라니!